irregularity
1.
목격자는 죽인다. 루우네는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정한 규칙을 곱씹으며 살아있는 목격자를 보았다. 보면 죽어야 하는 장면을 눈에 담은 목격자는 늦은 밤에 사랑하는 반려견과 산책을 하던 금발의 청년이었다. 호수를 닮은 푸른 눈이 커다래졌음에도 비명을 지르지 않고 자신의 반려견을 품에 끌어안은 약하지만 강한 청년의 눈꺼풀이 움직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파르르 흔들리던 눈꺼풀이 열리고 청년, 나단은 호수를 닮은 푸른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 끝에 반려견이 무사함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안심하기에는 일러요. 당신은 목격자잖아요.”
반려견과 나단의 행복한 해후에 찬물을 끼얹은 루우네는 나단의 반응을 기다렸다. 치료제의 개발로 괴물이 되는 병에 걸리는 사람은 없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괴물이 되는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 루우네는 세계가 왜곡한 진실을 괴물을 죽여서 묻는 사람이었다. 예외는 없다. 약하면서 강한 그 모습으로 죽여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운 이 사람이어도.
사신이라는 이명처럼 나단에게 편안한 죽음을 선물하기로 한 무기를 손에 쥐려던 순간, 손목의 시계가 울었다. 나단이 괴물과 조우한 그 시간에 맞춰둔 알람이었다. 알람을 들은 루우네는 변화가 없는 나단을 눈에 담았다. 이 알람이 울렸을 때에 일어나는 변화는 두 가지. 괴물이 되거나 자신처럼 능력을 각성하거나. 나단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난 예외라니.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운이 좋은 사람이네요. 얌전히 따라와요.”
이 뒤틀린 세계를 소중한 당신의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면요.
2.
이름은 간단한데 성은 긴 루우네의 상관, 디 클루체바야는 가끔 주변이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네가 해. 라는 말로 이뤄진 이번 선택 역시 주변이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의 대표라고 떠돌 미래를 예감하며 루우네는 검사를 마치고 나온 나단을 바라보았다. 나단의 반려견인 회색 슈나우저는 조용했다. 주인과 함께 이런저런 일을 거쳐서 피곤했던 것이리라. 다른 동료였다면 그 회색 슈나우저를 주제로 삼아 긴 대화를 이어갔겠지만 루우네는 그런 친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에 나단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 들었어요?”
“들었어요.”
나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건드리면 터져버리는 풍선처럼 순하게 생겼는데 생각보다 잘 버티는 나단의 목에는 검은색의 초커가 채워져 있었다. 루우네는 그 초커에 자신의 손목시계를 가져갔다. 삐―하는 소음이 났다. 아무 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 텔레비전에서 본 수갑을 찬 채로 한 몸인 것처럼 행동하는 형사와 범인이 생각났다. 형사 포지션을 점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점에 얼굴에 번지려는 웃음을 털어낸 루우네가 걸음을 옮겼다. 따라오란 말도 없었고 뒤를 보지도 않았으나 발소리는 들려왔다.
3.
조직에서 마련해준 집은 방이 세 개에 화장실이 두 개인 두 사람과 한 마리가 사용하기엔 참 넓은 고급빌라였다. 조직에서 벌인 테스트 결과, 나단 윈체스터는 지금까지의 사람들과 다른 특이한 체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괴물로 변이하지도 않고 능력을 각성하지도 않는다. 특이한 체질이었다. 그리고 조직은 나단의 체질을 조금 더 연구할 생각으로 나단을 죽이지 않기로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으나 이제부터 나단이 겪게 될 일들을 생각하면 운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치료제를 개발할 목적으로 한 번씩 피를 뽑힐 것이고, 보호라는 명목으로 자유를 잃을 것이다.
“당신은 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도망칠 수도 없잖아요. 그리고 내가 도망가면 노엘이 위험해질 거고요.”
놀다가 다시 잠에 빠진 회색 슈나우저를 쓰다듬으며 나단은 웃었다. 참 따뜻하게 보이는 웃음이었다. 그 말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아서 루우네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소파에서 일어난 루우네를 저기. 하고 나단이 붙들었다.
“왜요?”
“아직 당신의 이름을 못 들어서요.”
“루우네 메라클.”
“난 나단 윈체스터에요. 이 아이는 노엘. 잘 부탁해요, 루우네.”
소파에서 일어난 나단이 손을 내밀었다. 루우네는 그 손을 잡았다. 말랑한 손이었다. 팔 역시 말랑하겠지.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 하면 죽는 그 날까지 나단의 팔에 꽂히게 될 바늘들을 떠올린 루우네는 악수를 끝낸 후, 방으로 돌아갔다. 방문을 닫았다. 공사를 잘 해놓았기 때문인지 거실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으나 루우네는 개의치 않았다.
나단에게 도망갈 곳은 없다. 그리고 도망간다면 그때는 잡으면 된다. 몇 번이라도. 자신이 한 생각이 동료가 보던 웹소설에 나온 광공인지 뭔지랑 닮았다고 생각하며 루우네는 눈을 감았다.
4.
나단은 순했다. 화내지 않고 모든 일에 성실하고 착실하게 임했다. 그것은 조직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루우네와 보내게 된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마다 루우네는 나단을 더 건드려보고 싶었다. 울어버릴 만큼. 아니면 자신에게 화낼 만큼. 주인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는 사실에 신이 난 노엘의 목소리가 요란했던 요리 시간이 끝났다. 오늘의 식사 당번인 나단이 만든 요리는 나단만큼이나 깔끔했다.
“요리 잘 하네요.”
“혼자 산 시간이 길어질수록 익숙해지더라고요. 루우네는 요리 못 해요?”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사먹는 일이 더 많았죠. 바빴거든요.”
요리를 할 시간도 빼앗을 만큼 조직을 바쁘게 만든 괴물의 이야기를 하려다 생략한 것은 루우네 나름의 배려였다. 건너편에 앉은 나단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입술을 움직였다.
“바쁜 날에는 말해줘요.”
“나단은 다른 사람 일을 일부러 떠맡고 낑낑댈 정도로 착한 사람이군요. 난 그런 사람을 좋아해요. 이용하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이용당할 생각이라면 앞으로도 착하게 굴어요.
루우네의 말을 들은 나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미안해요. 원하는 대로 나단은 건드려서 얻어낸 결과를 두 눈에 담으며 루우네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건드릴 때와는 다르게 참, 비참한 기분 속에서 루우네는 식사를 계속 이어갔다. 노엘의 발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무거운 식탁이었다.
5.
며칠을 피하다 마주친 그 날, 나단은 방이 아닌 거실에서 새벽에 들어온 루우네를 맞이했다. 늦었네요. 라고 말하는 나단의 얼굴은 그 날의 무거운 식탁을 과거로 치부하고 싶을 정도로 맑았으나 루우네는 알았다. 그 일은 과거가 아니다. 해결되지 않은 일이었고 현실이었다. 루우네는 나단의 옆에 앉았다. 앉아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는 말은 없었다.
“그 날을 잊은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네요.”
“루우네가 피했잖아요.”
“난 바쁜 몸이거든요.”
“누가 나를 피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눈치는 가지고 있어요.”
“그래요. 피했다고 해요. 그거랑 나를 반갑게 맞아준 거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당신이 내게 미안함을 느꼈다는 뜻이니까요.”
부정의 말을 하지 못 하고 입을 다문 루우네의 손을 나단의 손이 잡았다. 미안해요. 눈을 바라보지도 않고 꺼낸 사과를 받아준 나단은 따뜻해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루우네가 냉장고에 넣어놓은 디저트들은 맛있게 잘 먹었어요.”
“열려있어서 사왔는데 잘 먹었다니 다행이네요.”
“루우네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겠네요.”
“난 솔직해요, 나단.”
“나도 솔직해요. 그리고 루우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으로 이곳에 있어요.”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이라고 말하는 푸른 눈은 노엘을 끌어안은 그 날의 눈이었다. 강하지만 약한. 루우네는 나단의 눈을 보며 자신이 느낀 감정이 지금까지와 다른 목격자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매료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매료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의 시작이라고 불렀다. 사랑이라니.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루우네를 보며 나단이 웃으며 말했다.
“오랫동안 함께 지낼 사이잖아요. 잘 지내봐요.”
아무 것도 모르는 나단 윈체스터의 입술에 입 맞추고 싶은 충동을 들었다. 참지 않으면 무거운 식탁보다 더 비참한 기분을 선물할 충동을 참으며 루우네 메라클은 말했다.
“그래요. 잘 지내봐요, 나단.”
자신이 나단 윈체스터를 사랑하고 있다는 진심을 숨긴 채로.
6.
사랑하는 주인을 빼앗긴 노엘이 짖는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루우네는 눈을 떴다. 어디서나 주목을 받는 특이한 눈동자에 나단의 모습이 담겼다. 더 이상 초커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나단의 손이 이전만큼 바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루우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더 쓰다듬어줘요.”
“고양이 같아요, 루우네.”
“고양이 하죠.”
나단의 고양이. 라고 말하자 나단이 웃음을 터뜨렸다. 따뜻한 웃음을 눈에 담으며 루우네는 생각했다. 모든 일의 시작과 사랑의 시작을. 전부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은 나단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죽음을 친구로 삼은 사신의 곁에 찾아와서 모두를 구한 사랑. 루우네는 그 사랑을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 노엘이 짖는 소리는 여전히 한 귀로 흘리며 루우네가 말했다.
“나단.”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나는 어떤 세계에서든 당신을 만나 행복해졌을 거예요.
진심을 담은 고백을 들은 나단의 대답은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가벼운 입맞춤을 끝내고 입술을 떼어낸 나단을 두 팔로 끌어안은 루우네에 의해 시작된 두 번째 입맞춤은 깊었다. 안경을 벗고 할 세 번째 입맞춤으로 나단의 모든 것을 빼앗을 생각인 루우네를 나단이 끌어안았다.
죽음이 만나게 해준 사랑이 평온을 되찾아 가는 세계에 피어나고 있었다.
*
루네나단 4주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시간이 휘리릭 지나서 루네나단 4주년~ 오리지널 or 에유 중에 고민하다가 에유로. 처음엔 마피아...도 생각했는데 마피아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고 수상한 조직원 루우네x비밀을 알아버린 나단으로 가져와봤어! 랑이가 즐겁게 읽어주면 좋겠다.^3^
4년이란 긴 시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오늘도 랑이사랑 나단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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