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lway
카멜리아 테슬라는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음식 메뉴를 정하거나 책을 고르는 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카멜리아를 하나뿐인 오빠, 길버트는 이해하지 못 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음에도.
이해는 바라지 않았다. 그저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많은 생각이 필요한 자신을 조금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도 만나기 힘들었다. 세상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하며 한 걸음을 내딛지 않았으며, 예전에는 입에 올렸던 조금 기다려달라는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여전히 생각은 많았지만 생각의 결론이 나기 전에 빠른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 카멜리아의 마음에는 작은 후회가 눈처럼 쌓여갔다. 그 작은 후회가 눈과는 다르게 녹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내던 카멜리아의 앞에 다니엘이 나타났다. 마술사의 손에 생겨나는 장미꽃처럼 갑작스럽게 등장한 스트로베리 블론드의 신사는 한 마디로 카멜리아의 마음에 쌓인 작은 후회를 녹였다.
-고마워요.
-감사의 인사를 받을 정도로 고마울 일인가.
-그 정도로 고마운 일이에요. 그런데 말로만 고맙다고 하기는 미안하니까…
같이 밥 먹을래요?
자신의 후회를 녹여준 다니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카멜리아의 식사 제안을 다니엘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 수락이 카멜리아와 다니엘이 쌓아갈 관계의 시작이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고. 함께 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다니엘이 되었을 때, 카멜리아는 자신의 마음에 꽃을 피운 감정의 이름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보다 더욱 오랜 시간을 많을 생각을 한 끝에 결론을 내리고 사랑을 고백했다. 생각에 투자한 시간과 다르게 멋진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분명히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는 사실로 긴장이 풀려버린 카멜리아의 손을, 장갑을 벗은 맨 손으로 잡은 다니엘은 카멜리아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손등에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진 입술이 움직여 내일도 보고 싶다는 말이 제 귀를 두드렸을 때, 카멜리아는 자신이 내딛은 한 걸음이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옆에는 언제나 다니엘이 함께 한다는 것도.
새로운 길을 함께 걸으면서 다니엘은 많은 생각이 필요한 카멜리아를 기다려주었다. 기다려달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는데도 자신을 기다려주는 다니엘 덕분에 후회가 없는 결정을 하게 된 카멜리아는 자신의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를 다니엘에게 말했다.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때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처럼 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카멜리아의 말을 들은 다니엘은 웃으며 걱정으로 가득한 카멜리아의 머리에 입맞춤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하고 싶은대로 행동해, 클라이드.
자신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이는 다니엘을 두 팔로 끌어안은 카멜리아는 그렇게 할게요. 늘 고마워요, 다니. 라고 대답하며 환히 웃었다.
*
데이트는 여러 번 했지만 여행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최근의 카멜리아는 여행지의 사진이나 여행 패키지를 소개하는 채널을 보면 정지 버튼을 누른 영상처럼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금방 알았다. 여행을 가고 싶었다. 혼자가 아니라 다니엘과 함께 가고 싶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하지만 카멜리아가 사랑하는 연인,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는 최근 굉장히 바빴다. 같이 살지 않았더라면 얼굴을 보는 날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을 테지.
다니엘의 바쁜 일이 끝날 시기에는 자신이 공연으로 바쁠 차례였다. 어떻게 할까. 생각에 잠겼던 카멜리아는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시간을 들인 끝에 결론을 내렸다. 다니엘에게 여행을 가자는 말을 해보기로. 이번이 아니라 다음으로 미뤄지더라도 괜찮았다. 자신이 내딛은 한 걸음은 변화를 가져올 테니까. 작은 변화일지 큰 변화일지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마음으로 카멜리아는 시계를 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어느 날보다 시간이 느리게 움직인다고 느껴질 것 같다고.
“갈까.”
“바쁜데 괜찮겠어요, 다니?”
“그래. 하지만 힘들어지면 클라이드의 도움을 받겠지.”
농담이란 사실을 알아챘으면서도 진지하게 어떻게 도우면 되냐고 물어보는 카멜리아를 보며 다니엘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을 멈추고 그때 생각하지. 라고 말한 다니엘은 카멜리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고가 없었지만 카멜리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다니엘과 함께 살면서 그의 행동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고른 숨소리가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들려왔다. 익숙해졌지만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아직 적응이 필요한 모양이다. 심장의 고동이 또 빨라지기 시작했으니까.
어깨에 닿아있는 다니엘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조심스럽게 눕혀준 카멜리아는 한동안 깨어나지 않을 다니엘을 보며 웃었다. 어떤 여행을 할지에 대한 고민은 다니엘과 함께 열심히 하기로 하고 오늘은 푹 쉬기로 한 카멜리아가 입술을 움직였다.
“잘 자요, 다니.”
*
여행은 기차여행으로 결정되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함께 보던 영화에서 등장한 기차가 사라진 직후, 카멜리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기차여행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은 다니엘이 빙그레 웃으며 입에 올린 기차를 타도 에스코트는 확실히 할 테니 걱정은 접어두시길, 레이디 테슬라. 라는 말이 두 사람의 여행을 기차여행으로 결정했다. 머리를 맞대고 여행지를 고민하고 숙소를 예약하는 등의 다양한 준비를 마친 카멜리아와 다니엘은 마침내 기차에 올랐다.
나란히 앉는 것이 당연해서 마주 보고 앉는 것이 어색하긴 했지만 기차는 출발했다. 다양한 풍경들을 지나친 기차에서 내린 두 사람을 떠나온 런던과는 다른 고즈넉한 풍경이 맞이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다니엘과 함께 이 도시의 고즈넉한 풍경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뜬 카멜리아가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던 다니엘이 말했다.
“오늘의 카멜리아는 신데렐라보다 바쁘군.”
“그렇게 보여요?”
“그래. 하지만 바쁘게 움직일 필요는 없어, 클라이드.”
시간은 많아.
말을 마친 다니엘의 입술이 카멜리아의 입술에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오늘 처음 한 키스를 가볍게 끝냈다는 아쉬움을 견디지 못한 카멜리아의 손이 다니엘의 옷자락을 잡았다. 다니. 하고 부르자 돌아본 다니엘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웃었다. 옷자락을 잡은 이유를 자신의 표정을 보면서 알아챘을 텐데도.
“고개를 숙여주세요, 나의 신사님.”
순순히 고개를 숙여주는 다니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치며 카멜리아는 눈을 감았다. 여행지로 정한 이 도시를 걷는 일은 조금 늦어지겠지만 괜찮았다. 기차와 다르게 자신이 걸어야 할 철로는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내딛는 걸음을 위한 생각에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랑하는 신사님과의 달콤한 입맞춤이 끝났다. 길고 깊은 키스의 여운에 젖은 카멜리아의 귀를 다니엘의 나긋한 목소리가 두드렸다.
“기차가 아니라 다행이야.”
“철로를 벗어나도 괜찮다는 사실을 내게 알려준 사람은 다니에요.”
“오, 내가 클라이드의 나쁜 선생님인지는 몰랐군.”
“나쁜 선생님이지만 동시에 훌륭한 선생님이기도 해요.”
환히 웃은 카멜리아의 칭찬을 들은 다니엘이 손을 내밀었다. 현대가 아니라 19세기 정도에 태어났다면 다니엘은 분명 귀족이었을 테지. 머릿속에 그린 완벽한 신사의 모습을 한 다니엘의 모습을 지운 카멜리아는 사랑스러운 연인이 내민 손을 잡았다.
“에스코트는 맡길게요.”
“언제든지.”
이 여행이 무척 즐거운 여행이 되리란 설레는 예감을 가슴에 품은 채로.
*
숙소를 나서던 순간에 느꼈던 설레는 예감만큼 설레고, 이 시간이 더 길게 이어지지 못 한다는 사실이 참 아쉬운 여행이었다. 하지만 다음이 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고 아쉬움을 털어낸 카멜리아는 이번에 찍은 다양한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번엔 나란히 앉아서 가게 된 다니엘의 손에 들린 휴대폰의 배경으로 설정된 사진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이게 뭐에요, 다니.”
“자기 얼굴도 모를 정도로 피곤했다니. 얼른 자야겠어, 클라이드.”
더 근사한 사진으로 변경해달라고 항의했지만 다니엘은 지금 설정한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며 웃었다. 평소라면 근사하다고 생각했을 웃음을 얄밉다고 생각하며 거리를 벌리려는 카멜리아를 달래듯 뺨에 가볍게 입맞춤을 떨어뜨린 다니엘은, 벌리려던 거리를 다시 좁힌 카멜리아에게 물었다.
“또 기차여행 할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는 늘 많은 생각을 하는 카멜리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을 흘려보낸 후, 대답을 결정한 카멜리아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그때는 이번보다 더 즐겁고 더 설레는 여행을 해요, 나의 다니.”
*
다니카멜 8주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8주년 연성은 예전에 쓴 썰을 바탕으로 한 연성이 되었지요.ㅇㅅ< 쓰면서 썰이랑 다른 점이 요기조기 생겼지만 티아가 재미있게 봐주면 좋겠어.
8년이란 긴 시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티아랑 다니 많이 좋아해. 사랑해.^ㅁ^S2S2S2S2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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