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끝
영화, 드라마, 소설의 주인공들은 전생을 로맨틱한 상황에서 떠올렸지만 카멜리아 테슬라는 그렇지 못 했다. 카멜리아는 자신의 전생을 케이크 반죽을 휘젓는 중에 떠올렸고 오븐에 들어가야 할 반죽은 30분간 방치되었다. 당연했다. 카멜리아가 떠올린 전생은 요즘 유행하는 로맨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생긴 전생의 연인에게 고백해서 사랑을 성사하는 순간이었으니까.
30분간 반죽을 방치한 끝에 카멜리아가 내린 결론은 전생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드레스는 입는 것보다는 눈으로 보는 것을 좋아했고,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라는 이름을 가진 전생의 연인은 지금의 자신이 만나지 못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지. 다른 사람이야. 라고 중얼거리며 카멜리아는 반죽을 예열한 오븐에 넣었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구워진 케이크를 오븐에서 꺼낸 카멜리아는 케이크에 평소보다 생크림을 많이 칠하고 과일도 많이 얹었다. 완성된 케이크를 상자에 넣어서 포장한 카멜리아는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카멜, 어서 와.”
활짝 웃으면서 케이크 상자를 든 카멜리아를 맞이한 사람은 카멜리아의 대학 친구인 헤이즐이었다. 카멜리아의 케이크는 오늘이 생일인 그녀를 위한 선물이었다. 전생을 떠올린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잠깐 위기를 맞았지만 무사히 만들어진 케이크가 테이블에 놓였다. 헤이즐이 빌린 레스토랑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빌딩 고층에 자리한 레스토랑을 빌린 파티. 카멜리아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을 언제든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헤이즐이 웃으며 속삭였다.
“여전히 없어?”
“뭐가 없냐고 물어보는 거야?”
“애인. 남친 혹은 여친이 없냐는 뜻이야.”
카멜리아가 뻔뻔했다면 전생의 연인은 있었던 모양이야. 라고 둘러대며 이 상황에서 도망갈 수 있었겠지만 카멜리아는 그렇게 뻔뻔하지 못 했다. 애매하게 웃으며 언젠가 만나겠지. 라고 대답하는 카멜리아에게 오늘 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찾아보라고 말하는 헤이즐을 파티에 참석한 손님 중 한 명이 불렀다. 손을 흔들며 자신을 부르는 손님의 곁으로 다가간 헤이즐을 바라보던 카멜리아는 한숨을 삼켰다. 이런 자리는 옛날부터 자신과는 맞지 않았다. 정말―
카멜리아의 생각은 레스토랑 안을 울리는 동요에 의해 정지되었다. 어린이가 좋아할 법한 동요다. 이런 곳에 흐를만한 곡은 아니라고 생각한 순간, 동요는 다른 곡으로 바뀌었다. 동요가 재즈로. 재즈가 팝송으로. 팝송이 유명한 작곡가의 곡으로. 종잡을 수 없었지만 정말 훌륭한 연주에 빠르게 뛰기 시작한 카멜리아의 호박색 눈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레스토랑을 두리번거리다 피아노와 피아노 앞에 앉은 연주자를 발견했다. 연주자는 스트로베리 블론드의 머리카락과 메탈에 가까운 차가운 회색 눈의 남자였다. 처음 보는 남자였지만 이상하게 낯이 익는다고 생각한 카멜리아의 머릿속을 이 레스토랑에 오기 전에 떠올린 전생이 스쳐갔다. 남자는 그였다. 전생의 연인이자 오늘 떠올리는 바람에 이름도 아직 잊지 못한 그 남자,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
헤이즐이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다니엘의 곁으로 다가갔다.
“웬일로 초대를 받아주나 했더니 벌써 가려고?”
“헥터에게 날 잡을 권한은 없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내 자유니까.”
“가기 전에 친구 한 명은 소개하게 해줘. 카멜, 이리 와.”
활짝 웃은 헤이즐이 카멜리아를 불러들였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된 기분이었다. 레스토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다니엘을 보기 때문이리라. 두 사람의 옆에 선 카멜리아는 헤이즐이 발랄한 목소리로 소개하는 다니엘을 보았다. 다니엘은 헤이즐의 소개를 들으며 빙그레 웃고 있었지만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전생에도 그랬지. 라는 생각이 스쳐간 순간, 충격을 받은 카멜리아가 저도 모르게 손을 꽉 쥐었다.
“이 예쁜 아가씨는 카멜리아 테슬라. 대학 친구야.”
“안녕, 하세요.”
“안녕하지 못한 상태로 보이는데, 클라이드.”
“클라이드?”
“반문할 정도의 기력은 있는 모양이군.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연주처럼 종잡을 수 없는 남자가 레스토랑을 나갔다. 잠시 아쉬운 표정을 지었던 헤이즐은 금방 아쉬운 표정을 지우고 카멜리아를 보았다.
“다니엘이 저래도 눈치는 빠른 신사거든. 아픈 건 아니지?”
“아냐. 괜찮아.”
처음 보는 사람이라 낯을 가렸어. 그뿐이야. 라고 둘러댄 카멜리아는 헤이즐이 손님들에게 또 다시 불려가자 다니엘이 앉아있던 피아노를 바라보았다. 수준급의 연주였다. 꼭 피아니스트처럼. 피아노라도 치는 걸까? 물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카멜리아는 빠르게 지웠다. 자신이 전생의 카멜리아가 아닌 것처럼 다니엘 역시 전생의 다니엘이 아니었다. 이후로는 더 엮일 일이 없기를 바라며 카멜리아는 샴페인이 담긴 잔을 들었다.
*
헤이즐은 그 이후로 다니엘을 언급하지 않았고 전생의 기억이 더 떠오르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카멜리아의 일상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우연히 방문한 서점에서 만난 다니엘을 카멜리아는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치지 못 했다. 눈이 마주친 후에 보인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는 이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를 선명히 증명한 카멜리아는 그 후에 들린 클라이드라는 나긋한 부름에는 인사를 하고 말았다. 자신의 이름은 클라이드가 아니라 카멜리아인데도.
“또 만났네요.”
“우연한 만남이지.”
“짧은 만남이었지만 알아봐주시고 말까지 걸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럼 저는 볼 일이 있어서…”
“네가 가려는 방향은 막다른 길이야, 클라이드.”
당황하는 바람에 출구도 아니고 막다른 길로 가려고 했다니. 붉어지기 시작한 카멜리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다니엘이 손을 내밀었다. 내밀어진 손을 잡자 다니엘은 숙녀를 에스코트 하는 신사처럼 카멜리아를 에스코트 해서 출구에 도착했다.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다니엘의 평가를 수정한 카멜리아가 입술을 열었다.
“고마워요.”
다니엘 씨. 두 번 만난 자신이 쓸 수 있는 호칭으로는 윈체스터 씨가 더 나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윈체스터 씨라고는 부르고 싶지 않았다. 다르다고 부정했음에도 여전히 떠올려버린 전생의 자신이 품은 감정에 휘둘리고 있는 모양새가 참 우습다고 생각하던 카멜리아가 천천히 손을 떼어냈다. 다니엘은 처음 만난 그 날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잘 가라는 말도, 답례를 하고 싶다는 말도 전하지 못 하고 멀어지는 다니엘의 뒷모습을 눈에 담던 카멜리아는 다니엘이 사라진 후에도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 휴대폰을 들었다.
피아니스트,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의 연주는 비평가의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들었다. 자유라는 단어를 누구보다 아름답게 표현하는 연주부터 전통을 파괴하는 최악의 연주라는 소리까지 듣는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기다리며 관객석에 앉은 카멜리아는 무대에 들어오는 다니엘을 보았다. 피아노에 앉은 그의 두 손이 움직였다. 하얀 건반과 검은 건반이 연주해내는 것은 음악이 아니라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가 만드는 세계였다. 아름답지만 잔인하고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세계로 관객들을 데려간 다니엘의 연주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
깊은 여운에 취해버린 관객들이 공연장 밖으로 나왔다. 카멜리아도 깊은 여운에 취한 관객들 중 한 명이었다. 이 연주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순간을 생각한 카멜리아는 안도한 표정으로 공연장을 바라보았다. 역시 자신은 전생과 다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다니엘 역시. 다니엘 씨라고 불렀지만 다니엘과 자신이 사랑에 빠지거나 연인이 되는 일은 없을 것임을 공연을 통해 확인한 카멜리아가 다니엘이 들을 수 없는 마지막 인사를 입 밖으로 내뱉으려는 순간이었다.
“또 만났군, 클라이드.”
“다니엘 씨.”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도 주지 않을 줄이야. 한숨을 삼킨 카멜리아는 자신의 집 꽃병에 꽂힐 운명이었던 꽃다발을 다니엘에게 내밀었다. 꽃다발을 받은 다니엘은 멋졌어요. 라고 말하는 카멜리아를 보며 소년처럼 웃었다.
“레이디 테슬라에게 꽃다발을 받을지는 몰랐군요.”
클라이드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제 이름이 카멜리아 테슬라라는 건 분명히 기억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호칭이 카멜리아의 귀를 두드렸다.
“제 이름, 기억하고 있었네요.”
“기억하고 있지. 내 기억력은 나쁘지 않아, 클라이드.”
기억하고 있다면서 클라이드라고 부르는 얄미운 남자는 받은 꽃다발을 카멜리아에게 내밀었다. 선물로 준 꽃다발을 다시 받게 된 카멜리아가 두 눈을 깜박였다. 왜 꽃다발을 돌려줬냐고 묻기 위해서 입술을 움직이는 카멜리아를 보며 다니엘이 말했다.
“꽃은 네게 더 어울려.”
주어가 빠져있지만 다니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임을 안 카멜리아는 다시 건네도 받아주지 않을 꽃다발의 향기를 맡다가 고개를 들었다.
“당신에게도 어울려요. 엉뚱한 말인데 혹시 전생이라는 걸 믿어요?”
“아니. 안 믿어.”
“다행이네요. 나도 안 믿어요. 그리고…”
다음에 만나면 인사나 해주세요.
그때는 카멜리아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삼키고 카멜리아는 몸을 돌렸다. 이번이 다니엘을 만나는 마지막 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카멜리아는 공연장 밖에서 만났던 그 날이 다니엘을 만나는 마지막 순간이길 바랐으나 두 사람은 여기저기에서 만났다. 덕분에 카멜리아는 다니엘을 만나도 전생 때문에 표정을 굳히지 않을 정도로 그를 대하는 행동이 자연스러워졌지만, 분위기에 떠밀려서 연락처까지 공유하고 말았으니 좋은 일은 아니었다. 더욱이 오늘은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다니엘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 하고 그의 차에 타고 말았다. 운전석 옆자리. 너무나도 가까운 자리였다. 그동안의 만남으로 하지 않았던 긴장을 저절로 하게 될 정도로.
“여기에요. 여기 세워주시면 되요.”
안전벨트를 풀기 위해 뻗어지던 카멜리아의 손은 다니엘의 손을 보고 허공에서 멈췄다. 저 커다란 손의 체온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카멜리아는 자신이 다니엘을 보며 전생의 연인을 떠올리지 않음을 깨달았다. 전생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했던 격렬한 부정이 드디어 빛을 본 모양이다. 안도하며 차에서 내린 카멜리아를 다니엘이 불렀다. 클라이드.
“조심히 들어가. 들어갈 때까지 보고 있을 테니 괜찮겠지만.”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난 하기 싫은 일은 안 해.”
“고마워요. 다니엘 씨도 조심히 들어가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는 다니엘에게 인사한 카멜리아는 집으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얼굴이 붉다. 게다가 심장이… 전력질주라도 한 것처럼 빠르게 뛰는 심장의 고동을 깨달은 그 순간, 카멜리아는 목이 간지러운 것을 느끼고 기침을 했다. 손으로 입을 막고 한참 기침을 하던 카멜리아는 꽃향기를 맡고 기침을 하는 입을 막았던 제 손을 보았다. 손에는, 기침을 하는 제 입에서 나온 붉은 동백 한 송이가 놓여있었다.
*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병원을 방문해도 카멜리아의 갑작스러운 병은 고쳐지지 않았다. 웃기는 병이었다. 붉은 동백꽃을 토하는 병이라니. 왜 이런 병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지만 회사는 성실히 나갔다. 가끔, 다니엘이 연락을 해왔다. 문자 혹은 전화로. 그의 연락은 종잡을 수 없었고 그와 나누는 대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화가 끝나면 꽃을 토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매번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카멜리아는 꽃을 토하는 병에 걸린 이유가 다니엘을 향한 자신의 감정 때문임을 인정했다.
사랑. 몇 번이고 부정하고 마지막 만남임을 바랐던 모든 시간이 결국 사랑에 패배하고 말았으나 ‘전생’ 때문에 다니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안도했다. 안도한 후에 카멜리아는 지금까지 토한 꽃들을 사온 병에 담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고백할까? 대답은 금방 나왔다. 고백하지 않을래.
꽃을 토하는 병이 영영 낫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괜찮았다. 자신의 사랑으로 언제나 자유로운 연주를 할 사람을 속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물며, 카멜리아는 스스로의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전생 때문에 반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이 사실을 다니엘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았다. 다니엘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으니까.
“나 지금 그 사람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네.”
다니엘이 들으면 웃을 표현이었으나 카멜리아에게 다니엘은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종잡을 수 없고 갑자기―
[저녁은?]
주어도 없이 연락을 하는 신사였지만. 콜록콜록. 마스크를 썼지만 꽃향기가 짙었다. 최근에는 동료가 어떤 향수야? 라고 물어올 정도로 짙어졌다. 사랑이 깊어지면 짙어지는 걸까? 똑같은 병에 걸린 사람이 없어서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카멜리아의 손이 휴대폰의 자판을 두드렸다.
[안 먹었어요.]
[괜찮은 레스토랑을 알아.]
‘좋은’도 아니고 ‘괜찮은’인 것이 다니엘답다고 생각하며 카멜리아는 휴대폰의 자판을 두드렸다.
*
다니엘 앞에서 마스크를 계속 쓸 수는 없어서 벗었지만 여전히 목이 간질거렸다. 조금만 버텨달라고 지금까지보다 더욱 간절하게 빌면서 자리에 앉은 카멜리아는 제법 비싸 보이는 이 레스토랑에 자신 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물을 마시려는데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다니엘을 처음 만난 그 날이 생각나는 연주였다. 처음에는 유명한 팝송. 그 다음에는 카페에서 자주 BGM으로 트는 재즈. 다니엘이었다. 잔을 내려놓고 일어난 카멜리아는 처음 만난 그 날처럼 연주하는 다니엘을 보았다. 꼭 자신만을 위해서 마련된 연주회 같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를 사랑하긴 했지만 이 사랑이 쌍방이 아님은 누구보다 카멜리아가 잘 알았다. 다른 사람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는 해도 클라이드라는 이름은 애칭이 아니었다. 다니엘은 누구든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으니까.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만나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대화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런 사람의 짝사랑을 받는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끝났다. 꽃을 토하고 싶어서 간질거리는 목을 무시한 카멜리아가 진심을 담아서 친 박수에 의자에서 일어난 다니엘이 빙그레 웃은 뒤, 카멜리아의 손을 잡았다. 손등에 입술이 닿았다. 언제 기침을 할지 모른다는 사실에 모든 신경이 쏠려있어서 얼굴을 붉히지 못한 카멜리아를 에스코트 해서 자리로 데려온 다니엘은 카멜리아가 앉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의 건너편 자리에 앉았다.
“감상을 들려주시죠, 레이디 테슬라.”
주어를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분명 피아노 연주에 대한 감상을 요구하는 말이었다. 카멜리아는 기침을 참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멋졌지만 마지막 곡이 제일 멋졌어요. 다니엘 씨의 자작곡인 것 같은데 제목은 있어요?”
“없어. 그러니까 네가 붙여봐, 카멜리아.”
그 노래의 주인은 너니까.
노래의 주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눈을 깜박이는 카멜리아에게 다니엘이 물었다. 싫은가? 무언가 말을 해야 했다. 자신은 당신이 만든 아름다운 노래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당신에게는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입 안에서 맴도는 어떤 말도 내뱉지 못 하고 울기 시작한 카멜리아를 곁으로 다가온 다니엘이 끌어안았다. 클라이드.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목의 간질거림이 더 심해졌다. 두 손으로 입을 막았으나 막을 수 없는 기침이 터졌다. 동백 향기가 두 사람 사이에 퍼졌다. 다니엘을 밀쳐내지도 못 하고 가만히 그의 품에 안겨있던 카멜리아는 자신의 입에서 나와 바닥을 수놓은 꽃들을 바라보다 입술을 열었다.
“다니엘 씨는 매번 내 계획을 무너뜨려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나는… 내가 하는 사랑이 이뤄지지 않을 짝사랑이라 생각하고 다 포기하려고 했는데. 왜…”
“계획을 무너뜨린 나쁜 사람이라 미안하군. 하지만 클라이드. 나도 마찬가지야. 내 계획도 멋지게 무너져서 엉망이 됐지.”
계획이 무너졌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다니엘의 표정은 울어버린 카멜리아와 다르게 즐거워보였다. 왜? 이해하지 못 하는 카멜리아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젖은 눈가를 부드럽게 매만진 다니엘이 카멜리아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며 말했다.
“웃을 거라고 생각했어.”
주어는 없었지만 웃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미안해요. 라고 사과하는 카멜리아의 뺨에 한 번 더 입을 맞춘 다니엘이 말했다.
“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야. 진정된 것처럼 보이니 다시 묻지. 싫은가?”
“뭐가 싫냐고 물어보는지 모르겠어요. 주어를 넣거나 확실하게 말해요. 확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난, 모른다고요.”
다니엘을 사랑하지만… 초능력은 없단 말이에요.
울고 꽃을 토하느라 엉망이 된 얼굴로 내뱉은 카멜리아의 고백을 들은 다니엘이 속삭였다. 다니엘의 속삭임을 들은 카멜리아가 고개를 흔든 뒤, 입술을 움직였다.
“싫지 않아요. 그리고 노래 제목은…”
다니엘이랑 어울리지 않는 제목으로 할래요. ‘짝사랑의 끝’. 그게 좋겠어요.
말을 마친 카멜리아는 더 이상 목이 간질거리지 않는 것을 깨달은 뒤, 다니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짝사랑과 꽃을 토하는 이상한 병은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많았다. 자신만 기억하는 전생과 이제부터 걸어갈 다니엘과의 시간. 불안이 없지는 않았지만 괜찮았다. 미래는, 지금을 살아가는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니까.
긴 입맞춤이 끝나고 입술이 떨어졌다. 의자에 다시 앉기 전, 카멜리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용기를 내서 잡아보지 못 했던 다니엘의 손을 잡았다. 큰 손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카멜리아가 환히 웃었다. 제 웃음이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가 이 레스토랑을 빌렸다는 사실을 안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뀌리란 사실을 알지 못한 채로.
*
티아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내용은 저번에 리퀘로 받았던 하나하키. 현대에유를 끼얹었는데 티아가 즐겁게 보면 좋겠다.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길 바라고, 생일 다시 한번 축하해~!!!(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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