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망에 대해
01.
가장 유능한 가이드, 아카르 르 메르바하에게는 파트너가 없었다. 다양한 센티넬이 그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도전했지만 성공한 센티넬은 없었다.
아카르가 영원히 파트너를 만들지 않는 가이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한 명의 센티넬이 아카르를 찾아갔다.
모두 그 센티넬의 도전이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실패하지 않았고 가장 유능한 가이드의 파트너가 되었다.
02.
능력에 따라 사람에게 정해놓은 등급을 붙이고, 붙여진 등급이 높다면 족쇄를 거는 일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세계에서 가이드로 태어났지만 아카르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폭주한 센티넬을 진정시키다 목숨을 잃은 가이드들이 얻지 못한 자유를 얻은 유일무이한 가이드였으니까.
불필요한 스킨십이 필요하지 않은 뛰어난 가이딩 능력을 가진데다 패널티가 적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 완벽한 가이드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수많은 센티넬들이 모여들었다. 오만함을 버리지 못 하고 협박하는 센티넬부터 자존심을 버리고 무릎 꿇고 빌어대는 센티넬까지. 아카르가 그들을 전부 거절한 이유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싶을 정도로 원하는 상대를 파트너로 삼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이 낭만적인 소망을 가벼운 농담처럼 말했기에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이 소망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가까운 지인들조차 가벼운 농담으로 생각하는 소망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반응한 사람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흑발의 센티넬이었다.
“네가 원하는 상대가 되어줄게.”
네가 원하는 상대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이름을 네로라고 밝힌 그 센티넬의 눈에는 지금까지 만났던 센티넬과 다르게 살고 싶은 욕망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난 어떤 센티넬도 끌어내지 못 했던 흥미라는 감정을 느낀 아카르는 불안정한 능력으로 인해 호흡을 고르는 네로의 손을 잡았다. 손을 잡았을 뿐인데 잠잠해진 호흡에 경계의 빛이 희미해진 네로의 녹색 눈이 아카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대에게 내가 원하는 상대가 되어줄 용기가 있나요, 그대?”
“말했잖아. 그러기 위해서 여기에 왔어.”
“모두 도망치던데요.”
거절하기 위해서 꺼낸 비수 같은 말들을 듣고 도망친 수많은 센티넬들에게 했던 이야기 중에 하나를 아카르는 입에 올렸다. 파트너로 묶여도 당신은 내 자유를 억압할 수 없어요. 당연한 일임에도 센티넬들은 가이드의 자유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이 어린 센티넬이라고 다를 리가 없다. 센티넬은 항상 가이드를―
“파트너가 힘들면 내가 폭주할 가능성이 보일 때만 가이딩 해줘. 그걸로 충분해.”
네로가 한 말에 아카르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런 센티넬이 존재하다니. 웃으면서도 네로의 손을 놓지 않았던 아카르는 웃음이 멈추자 네로를 끌어안았다.
“아카르라고 불러요, 파트너.”
모두가 농담으로 여긴 모든 것을 바친 상대로 선택된 네로가 입술을 움직였다. 아카르. 이것저것 많이 해먹이고 싶을 정도로 마른 네로의 두 팔이 자신의 파트너가 된 아카르를 서툴게 끌어안았다. 불안정한 능력은 전투능력이 있는 센티넬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그런 센티넬은 푸른 별로 투입되었다. 센티넬과 가이드가 없던 시절, 모두가 살았던 세계이자 가이드를 잃고 폭주한 센티넬의 능력이 탄생시킨 괴물들에게 점령당한 그 푸른 별로.
센티넬의 파트너가 된 가이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면서 네로를 자신의 파트너로 선택한 아카르가 웃었다.
즐거웠다. 어떤 때보다.
03.
준비한 재료를 섞는 손은 이전보다 살이 붙었음에도 여전히 말랐다.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던 아카르가 물었다.
“케이크보다 다른 음식을 만드는 게 낫지 않나요, 그대? 케이크에는…”
“나한테 필요한 것들이 부족하다는 말은 저번에도 들었어. 하지만 나 아카르랑 한 약속은 전부 지켰어.”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었어. 부족한 거야?
물어보는 네로의 녹색 눈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이 반짝임을 볼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약해지지 않는 자신이 약해지는 이유는 네로가 파트너를 뛰어넘는 소중한 사람인 연인이기 때문이리라.
파트너가 되자마자 완벽한 가이드의 유일한 오점이 되었던 어린 센티넬은 푸른 별에 도착한지 1년만에 오점이었던 자신의 별명을 영웅으로 바꿨다.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조사를 크게 진전시킨 사람도 네로였고,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가장 많이 승리한 사람도 네로였다.
처음에는 그것을 아카르의 가이딩 덕분이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인정했다. 전부 네로의 능력이라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 된 자신의 파트너, 네로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아카르가 말했다.
“당신은 약속을 잘 지켰어요. 부족하지 않아요. 하지만 걱정하는 내 마음도 이해해줘요, 사랑하는 네로.”
알았어. 라고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인 네로는 섞은 재료를 틀에 부었다. 평소보다 더욱 신경을 써서 부은 반죽을 미리 예열한 오븐에 넣은 네로는 기쁜 표정으로 아카르를 보았다.
“다 만들면 맛있게 먹어줘야 해.”
“그대가 만드는 케이크가 내게 줄 케이크였어요? 몰랐네요.”
“곧 아카르 생일이잖아.”
생일에 케이크를 못 먹을 수도 있으니까 미리 주려고.
아카르는 지금까지 당사자인 자신이 제대로 챙기지도 않았던 생일을 챙겨주겠다고 케이크를 만들고 있던 연인을 품에 안았다. 품에 얌전히 안긴 네로는 처음 안겼던 그 날보다 능숙해진 손으로 아카르를 끌어안았다.
“당신은 매번 날 놀라게 해요.”
“그래서 날 선택했으니까 앞으로도 더 놀라게 해줄게.”
“다치거나 폭주하는 일이 아니라면 얼마든지요.”
“둘 다 싫어.”
그래서 더 강해질 거라고 말하는 최강의 센티넬이 아카르를 불렀다. 아카르. 무언가를 조르는 목소리로 부를 때의 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아카르는 네로의 요청을 금방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애가 탄 네로가 아카르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순순히 끌려간 아카르가 웃으며 속삭였다.
“내게 원하는 일이 있다면 솔직해져요, 네로.”
그럼 그대가 바라는 걸 들어줄게요, 그대.
파트너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네로가 입술을 움직였다. 오랫동안 이어진 푸른 별의 싸움을 끝내게 될 사람들로 기록된 센티넬과 가이드의 그림자가 겹쳐졌다. 겹쳐진 그림자는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
아카네로 4주년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
세상에 아카네로가 4주년이네! 뭘 쓸지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에유로 센가버스를 샥샥~! 즐겁게 썼는데 랑이도 즐겁게 봐주면 좋겠다.
4년이란 긴 시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오늘도 랑이사랑네로사랑~! 건강하고 행복하게 덕질합시다. 기력도 잘 챙깁시다!(와라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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