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주인
짜안. 이라는 말과 함께 은율이 내민 것은 한 송이의 꽃이었다. 선물이라고 생각한 라세인의 고맙다는 말에 은율은 고개를 저었다. 랏땅이 오늘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도록 해. 라세인 데 루베르니겔은 은율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 하고 푸른 하늘을 닮은 눈을 깜박였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끄덕이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었다. 에르위니아나 엘피스라면 그렇게 하고 이 방을 나갔겠지만 라세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를 듣고 싶군.”
“랏땅이 꽃을 선물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어.”
활짝 웃으며 입에 올린 대답이 그녀의 이유였다. 또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없는 간단하고 명백한 이유. 라세인은 안 돼? 라고 물어보지 않는 은율의 머리를 부드럽게 웃으며 쓰다듬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그의 상관은 라세인의 손길에 머리를 내맡겼다. 누굴 만날지 모르겠지만 은율이 자신이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라세인은 자신에게 가능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었다.
꽃을 줄 사람을 정해서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야 할까? 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바쁜 하루였다. 세 개의 세계를 넘나들며 바쁘게 일하는 맹약자는 겨우 만끽한 여유 속에서 꽃을 보았다. 시들지는 않았다.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마법이나 주술 정도는 걸어둔 것이겠지. 이 단 한 송이의 꽃을 누구에게 줘야할지 라세인은 아직도 결정할 수 없었다. 만난 사람은 있었다. 대화를 걸어오는 동료. 바쁘게 일하는 부하. 그리고 꽃에 대해 물어오는 피보호자. 그들 중 누구에게도 라세인은 자신이 받은 꽃을 주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꽃을 선물하는 기준을 정한 것 같았다. 혹은―
“라세인이군요.”
라세인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 그곳에 있었다. 셰르핀 아인하르트. 안경 속에 자리한 두 눈이 라세인을 보았다. 잘 지냈나? 어제 만난 것처럼 인사하며 잔잔한 물을 생각하게 하는 아인하르트를 보던 라세인은 자신이 은율에게 받은 꽃을 생각했다. 이전에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꽃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도 생각하지 못한 꽃을 그녀를 보며 생각하다니. 운명이라는 단어를 낭만적으로만 생각하기엔 힘든 길을 걸어온 라세인이었으나, 오늘만큼은 그 단어를 낭만적이라 생각해도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운명에 이끌리듯 라세인 데 루베르니겔은 손에 든 꽃을 아인하르트에게 내밀었다.
“한 송이지만 받아줬으면 좋겠어. 그대에게 주고 싶은 꽃이야.”
“감사합니다.”
라세인이 내민 꽃을 받은 아인하르트가 꽃을 바라본 그 순간, 꽃은 은은한 빛을 뿌리며 자신을 변화시켰다. 아인하르트에게 어울리는 섬세하게 세공된 아름다운 귀걸이 한 쌍이 아인하르트의 손에서 반짝였다.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라는 말만 하고 이런 깜찍한 장난을 쳤다는 말을 아예 빼먹은 라세인을 보며 아인하르트가 말했다. 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니었군요. 자신도 그렇다는 말을 해야 할지 입을 다물어야 할지 고민하던 라세인은 귀걸이를 들여다보는 아인하르트의 눈에 담긴 감정을 놓치지 않았다. 찰나였으나 눈에 담긴 감정으로 볼 때, 그녀는 자신이 받은 선물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괜찮다면,”
그대의 귀에 귀걸이를 걸어줘도 될까?
누군가가 장신구를 착용하는 일을 도와준다는 것은 긴 시간을 살아오며 많이 해본 적 없는 행동이었다. 서투르리란 것도 알았다. 하지만 라세인은 대답을 기다렸고 마침내 부탁드립니다. 라는 대답을 들었다. 거절할 수도 있는 제안을 받아들여준 아인하르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라세인은 아인하르트로부터 건네받은 귀걸이를 보았다.
귀걸이는, 그녀를 위해 만든 물건 같았다.
*
랏땅이랑 르네님네 아인이랑.
어제와 오늘 멋진 선물을 주신 르네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수정할 부분은 언제나 알려주세요.uㅅ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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