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우리의 거리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9:03

좋지만 싫다축하의 인사를 건넸던 그 순간에 했던 생각이 텔레비전을 보는 설믜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설믜의 흑갈색 눈에 비치는 텔레비전에는 낯익은데도 어딘지 낯설게 느껴지는 소꿉친구서연이 있었다다른 연예인들처럼 메이크업을 하고 화려한 장신구를 했기 때문만은 아니리라문을 열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으면서 설믜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소중한 친구서연은 지금 전국에 방영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생방송 무대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늘 옆에서 보았던 얼굴에 진지한 표정을 그린 서연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데뷔 생각은 없다고 말한 서연이었으나 이 프로그램의 결과에 따라서는 데뷔해야할지도 몰랐다그럼 지금보다 더 멀어지겠지좋지만 싫다그 생각을 불러온 마이너스 감정이 늘 평온한 설믜의 마음을 뒤흔들었다실수를 가장해서 채널을 돌리는 뻔뻔한 짓도 하지 못 하는 설믜는 방으로 들어갔다불을 켠 설믜는 서랍 속에서 아직 다 완성하지 못한 키링과 재료들을 꺼냈다실과 바늘과 도안으로 평온을 찾은 설믜는 자신을 괴롭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안온한 도피처에서 키링을 완성했다.

 

완성한 키링은 서연이 키우는 웰시코기 모양으로 만든 키링이었다저녁 8시면 늘 산책을 했었는데이제 그 산책은… 그때설믜의 휴대폰이 메시지가 왔음을 주인에게 알리기 위해 울었다메시지를 확인한 설믜는 답을 하려다 겉옷을 걸치고 주머니에 키링을 넣었다그리고 방 밖으로 나왔다누나어디 가라는 남동생의 목소리에 연이랑 외출이라는 짧은 대답을 돌려준 설믜는 서연의 메시지에 답을 한 뒤뛰다시피 걸어서 휴대폰에 적힌 약속 장소인 공원에 도착했다.

 

뛰어왔어?”

 

벤치에 앉아 있다가 일어난 서연이 설믜를 발견하고 곁으로 다가왔다밤이었지만 놀란 얼굴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서연이 있었다설믜의 바로 앞이었다.

성을 떼고 연이라고만 부르는 것을 매우 싫어하지만 설믜만은 그렇게 불러도 싫어하지 않는 서연의 발 근처에서 식빵을 닮은 커다란 털동물이 꼬리를 흔들었다설믜는 거칠어진 숨을 고른 뒤입술을 열어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서연의 질문에 답했다.

 

오늘이 너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뛰어왔어.”

텔레비전에 몇 번 나왔다는 걸로 유명해지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유명인이지.”

진짜 그렇게 될지도 몰라만약 그렇게 된다면…

만약은 없어난 그 프로그램에서 떨어진 사람이거든그리고 지금 네 옆에 있지.”

 

내가 네 옆에 있다는 것도 부정할 거야설믜?

서연은 밤의 어둠이 숨겨주던 설믜의 표정을 전부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서 눈을 맞췄다설믜는 텔레비전과는 다른 평소의 모습으로 자신의 곁에 있는 서연을 보았다.

좋지만 싫다분명 축하할 일인데도 그런 생각을 한 이유를 이제는 알게 된 설믜가 주머니 속의 키링을 꺼내 서연에게 내밀었다.

 

더 일찍 주고 싶었는데 오래 걸려서 미안해연아.”

왜 사과를 해넌 언제나처럼 제때 줬는데고마워설믜근데 오늘은 내가 너한테 줘야하는 날 아니야?”

내가 너한테 받는다고오늘 무슨 날인데?”

화이트데이잖아.”

오늘이?”

그래오늘이야.”

 

오늘이 3월 14일이었다니시간의 흐름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하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음을 깨닫고 당황하던 설믜의 귀에 서연이 키우는 웰시코기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얼른 산책을 가자고 주인인 서연과 주인의 동행인인 설믜를 재촉하는 소리였다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을 느끼며 설믜는 제게 받은 키링을 주머니에 넣는 서연의 옆에 섰다서연이 알았어알았어하고 익숙하게 반려견을 달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부드럽게 웃던 설믜가 말했다.

 

뭔가 주지 않아도 되지만꼭 주고 싶다면 연이의 시간을 줄래?”

 

네 오디션을 축하한다고 말한 날에 놀이공원을 예약했거든연이 너랑 가고 싶어.

산책을 재촉하는 반려견을 쓰다듬으며 달래던 서연의 손이 멈췄다설믜는 2장의 티켓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서연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생각했다언제나 친구였던 자신과 서연의 관계에 이제 곧 새로운 이름이 붙을지도 모른다고.

 

예전에는 두렵게 느꼈을 변화가 얼른 시작되길 바라며 설믜는 서연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서연의 손은 따스했다설믜는 자신의 손을 잡고 일어난 서연과 함께 두 사람과 한 마리의 일상인 밤산책을 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봄의 바람이 오랜만에 밤의 거리로 나온 두 사람과 한 마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환영한 순간,

 

평일은 학교가 있어서 전부 못 주니까 주말에 가자.”

 

주말은 전부 줄 수 있어.

서연의 말을 듣고 활짝 웃은 설믜는 자신에게 주말을 전부 준다는 소꿉친구이자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연이의 주말을 전부 나한테 준다면 나도 연이한테 내 주말을 전부 줄게연이만 주고 나만 안 주는 건 불공평하잖아.”

 

가까이에 있는 서연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였으나분명하게 전하기 위해 한 글자한 글자 힘을 주어서 발음한 그 말을 놓치지 않고 들은 서연이 설믜의 손을 잡았다두 사람의 손은 두 사람과 한 마리의 밤산책이 끝나고 내일을 위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순간이 온 후에야 떨어졌다.

 

내일 봐.”

내일 보자.”

 

손을 더 잡고 싶다는 짙은 아쉬움과 주말이 얼른 오길 바라는 기대감을 서연과 설믜의 마음에 심은 채로.

 

 

*

기념일 감사합니다축하합니다사랑합니다~
누굴 연성할지 고민하다가 연설믜 길게 써보고 싶은게 있어서 연설믜로~!

오랜 시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행복하고 포근한 하루하루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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